암치료 병원으로 서울대병원 대신 아산병원 선택한 이유

첫째 딸아이가 두 돌쯤 희귀암을 진단받고 암치료를 1년째 받고 있어요. 처음에는 지역 대학 병원에 입원했고, 두 번째로는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입원을 해서 암진단을 받았고요. 치료는 아산병원에서 하고 있답니다. 그 이유에 대해 알려드리려고 해요.


체계적이지 않은 시스템, 커뮤니케이션의 부재

서울대학교 병원

제 경험이 서울대학교 모든 교수님과 간호사 선생님들, 그리고 서울 아산 병원의 모든 교수님과 간호사 선생님들을 대변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런데 제가 느끼기에는 서울대학교 병원은 병원 시스템이 체계적이지 않다고 느꼈어요. 오히려 병원 시스템은 제가 처음 갔었던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이 훨씬 더 낫다고 생각될 정도니깐요.


제가 입원해서 10가지가 넘는 검사를 받고, 정말 다양한 의사 선생님들을 만났어요. 뭐 명칭은 저도 잘 모르지만 인턴, 레지던트, 전공의, 전문의, 펠로우, 담당교수 등.. 간호사분들까지 합치면 최소한 20명 이상의 의료진들을 만났어요.


그런데 제 아이의 상태에 대해서 묻는 것이 다 다르고, 하는 말이 다 다르더라고요. 누구는 이 검사를 해야한다, 누구는 안 해도 된다. 누구는 내일 모레부터 항암치료를 시작할 거다, 누구는 아직 결과가 안나와서 2주 뒤까지 기다려야 한다 등..


검사는 10가지도 넘게 했지만 그 검사에 대한 결과라든지,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는지, 어떤 암을 의심하고 있는 건지 등등 아무 얘기도 안해줬어요.

또 검사가 미리 잡히는 게 아니고

당장 검사하러 가야하니까 지금부턴 물도 먹이지 마세요.

라는 말을 계속 들으면서 검사를 했어요. 저는 대학병원은 바쁘니 당연히 그런 건 줄 알았어요. 이때까지만 해도요. 그런데 아산병원에서는 단 한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었어요.


그리고 또 10일 넘게 입원해 있으면서 담당 교수님은 단 한 번도 자리에 오지 않았고요. 외래가 잡혀 있거나 하지도 않아서 퇴원할 때까지 담당 교수님은 얼굴 한 번 보지 못했어요.

(의사 파업 전입니다.)


아산 병원

저는 대학 병원에 오랫동안 입원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원래 그런가보다 했어요. 그런데 아산병원으로 옮긴 후로는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아산 병원에서 1년 정도 치료중인데요. 의사 파업을 겪으면서 전공의가 다 빠진 상황도 다 겪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도 의료진간 커뮤니케이션은 파업이 아예 없었던 서울대학교 병원보다 훨씬 더 잘 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어떤 검사가 있으면 미리 고지해주고, 주의사항 알려주고, 그래서 금식 전 아이가 배고프지 않게 물, 음식들을 챙겨 먹일 수 있었어요. 마음의 준비도 할 수 있었고요.

아이를 보러 남편이 올 때도 헛걸음을 하지 않게 할 수도 있었고요.


병원의 편리함, 어플리케이션

제 아이의 항암치료를 받는 병원으로 서울대학병원 대신 아산병원을 선택한 두 번째 이유는 바로 편리함 때문이에요.

편리함 중에서도 저는 어플리케이션의 유무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부분이니깐요.

이 어플리케이션이 있으면 환자에 대한 대부분의 상태를 알 수가 있어요. 피검사 어떤 것들을 했는지, 수치는 어떤지, 앞으로 어떤 검사가 진행될 예정인지, 외래는 언제 잡혀있는지 등등이요.


입원해 있으면 하루에 피를 계속 뽑아가요. 하루에 두 번씩 뽑아간 날도 있어요. 어떤 검사를 하는지, 왜 뽑는지,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그런 것들을 알 수가 없거든요.

또 어떤 검사가 언제 잡혀있고 어디서 하는지에 대해서도 앱에서 확인할 수 있으니 너무 좋고요.


서울대학교는 이런 어플리케이션이 아예 없고 아산 병원과 삼성 병원에는 있더라고요. 다른 병원은 모르겠어요.


병원의 방향, 몸의 힘을 믿어주기

마지막으로 이 마지막 이유때문에 아산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로 결정을 했는데요. 이건 바로 병원의 방향이예요. 쉽게 얘기해보자면 서울대는 더 독하게? 치료를 하고 아산 병원은 되도록이면 덜? 치료를 하는 것 같아요.


사실 이건 제가 느낀 부분이라 저도 잘은 모르겠지만 암환우들이 모여있는 카페에서도 이런 말들이 종종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간암이어서 간을 절제해야 하는 경우, 서울대 병원에서는 암이 어디까지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간의 많은 부분을 절제한다고 하면요. 아산 병원에서는 암이 있는 부분과 그 주변 부분까지만 절제를 한다고 해요.


제 딸은 울대학교 병원에서 항암 스케쥴이 나왔고 시작하기 전 병원을 옮겼거든요. 그래서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들었던 항암 약, 스케쥴과 아산병원의 약, 스케쥴이 다른 걸 알게 됐어요.

서울대학교병원 항암 방식?

서울대학교에서는 항암주사로 약을 두 종류를 쓸 것이고 하나는 A, 다른 하나는 B, 그리고 최소 1년 이상 치료를 할 예정이라고 했어요. (6개월간 매주 집중치료, 나머지 6개월은 유지치료)

먹는 항암약도 한 가지 있으며 그 외에도 부가적으로 먹어야 하는 약들이 있었고요.

아산병원 항암 방식

반면, 아산 병원에서 제안했던 방식은 이랬어요. 일단 항암 주사로 맞는 약은 A 한 가지였어요. 그리고 치료 기간은 6개월로 잡고 가보고 그 때 다시 결정하자고요.

처음 3개월은 집중치료로 매주 치료할 것이고 그 이후 3개월은 3주에 한 번씩 오는 유지치료를 할 것이다. 그리고 6개월 후에 검사를 해보고 그만할지, 더 해야한다면 다음 치료 방향을 그때 다시 결정해보자고 하시더라고요.


거기에 먹는 항암약도 없고 부가적으로 먹어야 하는 약들은 같았어요.

지금 상태는?

그래서 항암치료 1년 정도 한 지금의 상태는 어떠냐고요? 상태 너무 좋아요. 호중구 수치가 낮아서 항암주사를 맞지 못한 경우는 딱 한 번 있었어요. 집중치료 기간에 감기에 걸렸을 때요.

그 한 번을 빼고는 1년동안 단 한번도 호중구수치가 1000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어요.


약을 덜 먹으니 부작용도 덜 한 것 같고요. 아이는 어린이집에 정상적으로 잘 다니고 있으며 밥도 잘먹고 잠도 잘자고 아주 행복해하며 지내고 있답니다.


혹시나 저처럼 암진단을 받았는데 병원선택에 망설이고 계신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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